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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쓴 글

[시] 하늘은 지붕 위로_폴 베를렌

by jeokyo 2020. 8. 11.

 

 

 

하늘은 지붕 위로

저렇듯 푸르고 조용한데,

지붕 위에 잎사귀를

일렁이는 종려나무.

 

 

하늘 가운데 보이는 종

부드럽게 울리는데,

나무 위에 슬피

우짖는 새 한 마리.

 

 

아하, 삶은 저기 저렇게 

단순하고 평온하게 있는 것을.

시가지에서 들려오는

저 평화로운 웅성거림.

 

 

─ 뭘 했니? 여기서 이렇게 울고만 있는 너는, 말해 봐, 여기 이렇게 있는 너는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예지_폴 베를렌(민음사 세계시인선 18)

 

 

 

 

 

 


 

내가 제일 처음 산 시집이 폴 베를렌의 시집이었는데 그 시집의 첫 번째 시.

내게 여러 의미가 있는 시이다. 이 시를 좋아하면서도 시 자체는 별로 안 좋아하길 한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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