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거울 저편의 겨울_한강 1 불꽃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 파르스름한 심장 모양의 눈 가장 뜨겁고 밝은 건 그걸 둘러싼 주황색 속불꽃 가장 흔들리는 건 다시 그걸 둘러싼 반투명한 겉불꽃 내일 아침은 내가 가장 먼 도시로 가는 아침 오늘 아침은 불꽃의 파르스름한 눈이 내 눈 저편을 들여다본다 2 지금 나의 도시는 봄의 아침인데요 지구의 핵을 통과하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꿰뚫으면 그 도시가 나오는데요 그곳의 시차는 꼭 열두 시간 뒤, 계절은 꼭 반년 뒤 그러니까 그 도시는 지금 가을의 저녁 누군가가 가만히 뒤따라오듯 그 도시가 나의 도시를 뒤따라오는데요 밤을 건너려고 겨울을 건너려고 가만히 기다리는데요 누군가가 가만히 앞질러 가듯 나의 도시가 그 도시를 앞질러 가는 동안 3 거울 속에서 겨울이 기다리고 있었어 추운 곳 몹시 추운 곳.. 2020. 7.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