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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쓴 글

[시] 차가운 신발_백무산

by jeokyo 2020. 7. 12.




쿵 소리에 놀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침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지난 저녁 어스름에 서쪽으로 난 창에서 들리던 소리
새 한마리 마루 밑 내 신발 위에
피 흘리고 누워 있다


새가 뛰어든 곳은 붉은 노을 속인데
자신이 부닥친 것은 바로 자신


안쪽의 나는 이미 나에게서 떨어져 나온 거울상


그렇지 아,
저 밖이란 것이 있었지
피 흘리던 저곳이


새 한마리 내 차가운 신발을 신고 있다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_백무산(창비시선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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