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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젓가락질 가운데_최현우 청춘의 핏물이 쌀뜨물이었노라 가르치는 사람 때문에 밥 먹기 싫어졌다 그날부터 잘못된 젓가락질을 연습했다 식당에 혼자 앉아 있으면 왜 꼭 의자가 하나 더 있는지 같이 있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 밥을 먹어도 허기가 돋는지 그럴 땐 저녁을 관찰한다 세상의 혈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멀리 가는 자의 뒷모습이 묻혀 배고픔을 잊을 때까지 시간은 피의 종류 하늘이 걸쭉해진 밤 골목이 뒷덜미를 드러낸다 내가 지구의 혈액을 조금 빤다고 해도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입을 먼저 들이대는 습관은 사랑과 살의를 혼동하는 것 사람이 가르쳐준 예절은 피가 아니라 쌀을 먹는 법 불을 끈다 방구석에 앉아 무릎을 당겨 얼굴을 묻는다 혼자서, 깨물어보고 싶은 사람이 된다 사람은 왜 만질 수 없는 날씨를 살게 되나요_최현우(문학동네 시인.. 2020. 9. 19.
[시] 응_문정희 햇살 가득한 대낮 지금 나하고 하고 싶어? 네가 물었을 때 꽃처럼 피어난 나의 문자 “응” 동그란 해로 너 내 위에 떠 있고 동그란 달로 나 네 아래 떠 있는 이 눈부신 언어의 체위 오직 심장으로 나란히 당도한 신의 방 너와 내가 만든 아름다운 완성 해와 달 지평선에 함께 떠 있는 땅 위에 제일 평화롭고 뜨거운 대답 “응” 응_문정희(민음의 시 205) 2020.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