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베마리아_최현우 얼음이 녹으면서 컵에 남긴 자국들은 공기의 살갗이라죠 시원하다, 두 손으로 차가운 컵을 쥐고 이마에 문지르며 눈썹이 젖어 서럽다 기쁜 마리아, 이제 없을 여름아 그 순간 나는 내 삶 그만 살자 생각했죠 당신이 더운 쇄골을 따라 훔쳐낼 때 매달린 땀방울 속 빛을 기었어요 순진한 무릎으로 기도를 빛내면 전구가 될까 그러나 마리아, 어둠이 무언가를 보게 할 수도 있나요 벽돌 한 칸 빠진 건물 기둥에서 긴급하지 않은 위태로움 속에서 무너진다, 무너지지 않는다 멍청한 희망으로 시곗바늘을 돌려 도망친 숲속 들짐승처럼 둘러싼 슬픔을 깨달았을 때 다쳐서 흘러나온 사람에서는 우유 냄새가 난다는 걸 알았죠 그날의 빛, 이제 없는 마리아 혼자서도 단단하고 차가운 컵을 쥐면 작고 미끄러운 미간을 만지는 기분 또다시 눈을 뜨면.. 2021. 4.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