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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쓴 글

[시] 연둣빛 덩어리_조용미

by jeokyo 2020. 6. 14.

 

 

 

연둣빛 덩어리는

갈참나무 위에

붙어 있었다

 

한 마디 한마디, 자리를 옮길 때마다

몸이 아주 조금씩

출렁였다

 

박각시나방 애벌레는

늦은 시월의 죽엽산에서 갈참나무 아래를 향해

구물구물

 

지구를 돌리고 있다

소나무 서어나무 떡갈나무가 나란히 쓰러져

산길을 막고 있는

 

가을 산,

박각시나방 애벌레 혼자

칼칼한 연둣빛이다

 

길은 반대 방향이다

 

 

 

기억의 행성_조용미(문학과지성 시인선 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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